맨덜리 저택의 강도 님의 인세인 시나리오 업야담의 pc마무리 글로그... 같은 것입니다... PC3입니다. 시나리오 스포가 있습니다. 123부 다있습니다!!!!

 -------------------------------------------------------------------------------------------------------------------------------------------------------------------------------------------------------------------------------------------------------------------------------------------------------------------------------------------------------------------------------------------------------------------------------------------------------------------------------------------------------------------------------------------------------------------------------

더보기

 

 그는 세상을 사랑했다. 
 거기에는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 그런 마음을 불가피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눈이 오기 직전에 들여다본 하늘은 잿빛이었다. 손으로 지은 엉성한 오두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살만한 보금자리 꼴을 갖추어 갔다. 그는 정성을 들여 주변을 돌보았다. 손길은 투박했지만 게으름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 
 한때 그는 이 설원의 눈 속에 유배되어 있었다. 신의 욕심과 그것이 자아낸 지독한 굴레가 그에게 선사한 형벌로써. 얼고 부서지고 서리가 낀 영혼은 결국 육체로부터 영원히 추방당하고, 그는 마땅히 예법에 따라 묻혀야 했을 동사한 몸을 보았다. 그가 자기 자신을 보며 느끼는 감각은 부조리했다. 자신을 달래주고 싶다가도 목을 조르고 싶었다. 타는듯한 갈증을 느끼다가도 순식간에 익사할 것만 같았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섬세한 동작으로 가만 눈을 감겨주고 싶었다. 
 육신이 없는 눈물은 영혼 안에 고여서 강처럼 흘렀다. 그는 한순간도 스스로 울 수 없었기에, 그저 눈물을 제자리로 돌려주려 애쓸 뿐이었다. 결국 죽은 몸은 또 다른 가엾은 영혼과 함께 제 무덤에 바쳐진 한 송이 꽃이 되었다.
 그 모든 일이 끝난 후, 서리는 다시 설원으로 돌아왔다. 그 위에 작은 집을 짓고, 좁다란 지붕의 눈을 걷고, 산가지를 꺾고, 죽은 꿩의 깃털을 뽑고, 이따금씩 눈밭 위에서 장작을 패다 손을 멈추고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면 그곳은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얼어 죽는 줄 알았어.” 

 눈밭 사이에서 반가운 얼굴이 불쑥 들이밀어졌다. 머리 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아.” 그는 잠시 넋을 놓은 채 나타난 인영을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대답을 골라냈다. 혼자 오래 산 사람의 습관대로. 

 “오랜만이군. 안 그래도 버찌 술을 딸 때가 되었다.” 

 남쪽에서 온 손님이 추위를 탔기 때문에 그는 평소보다 뜨겁게 군불을 때고, 불쏘시개로 아궁이 속 장작을 두어 번 들췄다. 그리고 부엌 한구석에 놓인 술동이와 잔 두 개를 들고 문지방을 넘었다. 

 “이렇게 내내 구석에 박혀서 살 필요는 없잖아. 오가기 힘들어서 원.” 
 “매번 같은 불평이군. 다음에는 내가 찾아가겠다.” 

 그해 첫술을 뜯어 맛을 보는 것은 오랜 친구와 하는 작은 의식으로 굳어졌다. 술맛은 늘 작년보다 조금 나았다. 처음에는 결코 누군가와 나눠 마실 물건이 아니었는데, 꾸준히 만들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솜씨도 붙었다. 이 세상에서 해내는, 해내야 하는 모든 일이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손님은 몇 가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준다. 눈에 파묻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살던 그와는 달리, 손님은 이야깃거리를 이것저것 가지고 있다. 반면 그가 기껏 전할만한 소식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뿐이다. 

 “요즘은 시력이 예전 같지 않다. 눈밭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그렇다더군.” 
 “다음에 근방에 오면 의원에 먼저 들러 보는 게 좋겠어. 염려해서 하는 말인데, 더 안 좋아지면 여차하면 도움받을 만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나을 거다.” 

 그는 한참 대답이 없다.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려운 말에 으레 흘리는 고집스러운 침묵이었다. 손님은 익숙한 듯 술잔을 비웠다. 얼마 안 가 생뚱맞게 불쑥 튀어나온 물음이 적막을 깼다. 

 “염. 사람들 곁에서 지내는 게 행복한가? 이런 방식으로 말이다.” 
 “너는 가끔 정말 말도 안 되게 당연한 걸 물어보는군그래.” 
 “인간을 아끼고 비호하는 것과 인간이 되어보는 것은 다르지 않나. 어떤가.” 
 “다르지. 하지만 완전히 다르지만도 않아.” 

 서리는 이어지는 손님의 대답을 잠자코 듣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그 안에 깃든 불잉걸이 비쳐 보이는 듯하다. 대답을 아는 질문을 자꾸 묻게 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어쩌면 그가 내려놓은 신성은 이런 식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 서리는 신기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것과는 다른 그의 심성을 귀하게 여긴다. 그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자신도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는 행동을 그만두기로 한다. 

 “어차피 나는 세상 모든 곳에 살아볼 작정이다. 그리고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전부 들을 생각이다. 그러니 조급할 것 없다.” 
  
 이번에는 이곳에 머물겠다는 뜻이었다. 온통 희기만 한 세상에 한 점 얼룩으로. 그것도 나쁘지 않나, 찰랑거리는 술잔을 내려다보며 손님이 툭 뱉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정말로, 시간은 많았다. 그는 그것을 부지런하게 사용했다. 쇠를 덥혀 다림질을 하고, 늦은 밤에는 먹을 갈고 초롱불 아래에서 서신을 쓰고, 기르던 개가 새끼를 치는 것을 보았다. 가끔은 함박눈이 세상을 뿌듯하게 채우는 것을 보고, 갓 내린 눈에 자기가 만들어낸 발자국을 되짚고, 어떤 때는 어두운 하늘에서 길잃은 별 몇 개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기도 했다. 
 묵묵한 경탄으로 생을 노래하고 세상을 음미하다 마지막으로 더는 보이지 않는 눈을 감았을 때 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끝났다. 죽음이 한 겹의 흰 눈을 그 몸 위에 덮고 난 다음에 이어진 이야기는 이미 다른 존재의 것이라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는 거시적인 독법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 자신은 자신을 잊었을지언정 그가 믿는 세계가 그를 기억했기 때문에. 
 그는 갓난것으로 태어나 아주 처음부터 세상을 다시 배웠다.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 그는 껍질을 뛰쳐나간 봉숭아 씨앗처럼 햇볕에 그을렸고, 발장구를 쳤고, 숨이 차도록 날뛰었고, 그림처럼 그려졌다. 어떤 때는 깊고 아프게, 어떤 때는 흐리고 조심스럽게 발자취를 남겼다.  
 그러면 세상은 돛을 편 배처럼 그를 태우고 나아갔다. 여정. 그 자체가 목적인 길고도 짧은 여정. 
 인간과 요괴와 그가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생육하고 번성했다. 그는 기꺼이 그 흐름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아주 먼 훗날 시간이 흘러 다른 누군가가 아닌 그들 자신의 선택으로 인간과 요괴 모두가 스러지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수호신이 지상에 내려와 다스리던 시절이 있었대.” 

 어린 요괴는 턱을 괴고 재잘거렸다. 음절마다 한껏 묻어난 웃음기가 구슬발에 부딪혀 깨어지는 햇살을 닮았다. 

 “그렇군.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그러나 그런 세상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떤 때에 살아간다는 것은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날카로운 이빨과 매서운 발톱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는 원하는 만큼, 숨이 턱에 차도록 네 다리로 땅을 박찼다. 미풍이 뺨을 스치면서 그에게 세상의 온갖 비밀을 속삭였다. 길을 잃은 농부의 아들이 눈밭에 쓰러진 것을 물어다 마을로 돌려보내 줬을 때도, 겁에 질린 농부의 갈퀴질에 눈을 찍혔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세상을 사랑했다.  

 어떤 때에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는 전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날카로운 쇠붙이가 산 것의 살을 갈랐다. 피보라가 일어 눈앞을 흐렸다. 그것이 죄를 짓는 일임을 알면서도, 그는 목숨과 목숨 사이의 무게를 재었다. 종국에는 시체 더미 속에 쓰러져 자신의 무게를 더했다. 고통, 두려움, 슬픔, 죄악감, 회한, 그런 감정들이 뒤엉켜 가슴께에 고이다 피처럼 흘러갔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을 사랑했다. 

 어떤 때에는 태어나자마자 죽어갔다. 세상은 그저 그 무게에 짓눌려 죽어가는 곳이었다. 어떤 때에는 슬픔이 스스로를 살해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았다. 그는 생의 많은 시간 행복했고, 지난 세상의 자기 자신을 알지 못했고, 모르면서도 늘 조금쯤은 자신을 닮게 살았다. 존재의 사슬이 끝을 모르고 이어져 있었으나 그는 그것에 묶여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쥐고 있었다. 놓치지 않도록 단단히. 그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먼 곳의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세상은 너를 굴종하는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네가 서 있는 곳이 네 세상의 중심이 될 테고 거기서 너는 네 두 눈과 두 귀를 써서 직접 보고 들어야 한다. 너는 네가 원하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네 본성이 어떻다고 정의하고 네 삶의 방향을 가르치고 인도하고 알리는 존재가 없으니 이제는 모든 것을 네 스스로 정해야 한다. 너는 원한다면 금수가 되어 그르치고 원한다면 한없이 고귀하고 높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세상이 네게 주는 선물이다. 시리고 벅차도 그것이 너의 생애다. 
 속삭임이 이어질수록 바람의 목소리는 점차 자신의 것을 닮아갔다. 그때의 그는 가진 목소리라고는 낮은 으르렁거림 뿐인 존재였지만 그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는 마지막 마디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시리고 벅차도, 
 그는 달려 나갔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땅을 밟고 다음 걸음을 디디기 위해서. 종착점도 목적지도 없이. 그러다 내키면 멈춰서서 계절의 갈피에 녹아드는 구름을 올려다보았다. 강가의 흰 자갈에 스며드는 맑은 빛을 살피거나, 너른 들판에 드러누워 이마 위로 드는 봄볕을 견디기도 하였다. 자유롭고,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세계에서. 그것이 주는 슬픔의 선물과 기쁨의 선물을 모두 맛보며. 나는 모든 시간과 모든 생애의 약동을 들여 그것을 긍정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서 너를 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면서, 그는 이따금씩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일부 참조-변형하였습니다... 습관처럼 같탁친구 마음대로 훔쳐썼는데 캐붕이면 꼭말씀해주세요 꾸벅꾸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