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니알라토텝의 가면들 캠페인 탐사자 시점으로 캠페인 내용을 기록한 글입니다.
저의 기록용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일러입니다!
현재 플레이 중인데 마스터가 아니고/아직 엔딩을 안 봤다면
탁별로 정보량이 다르니 유의하세요.
나는 지도 위로 붉은 선을 그었다. 선은 런던에서 출발하여 포트 사이드, 아덴, 뭄바이, 스리랑카,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 그리고 상하이에서 잠시 멈춘다. 지도는 땅을 흉내 낸 그림이고 도시의 이름은 종이에 인쇄된 글자일 뿐이다. 그러나 호텔 키를 반납하고 문밖으로 걸어 나서는 순간 그것은 내 삶에 직접 그어진 굴곡이 된다.
나는 지도 밖의 선을 만들면서 그 대가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여행은 분실의 과정이다. 자잘한 물건에서부터 시작해 언젠가는 자기 자신까지. 상실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대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집착하게끔 몰아간다. 아끼는 마음은 배신을 배운 짐승인 양 돌변해 나를 갉아먹는다.
유언장의 봉투는 매일 조용히 닳아간다. 나는 견디지 못하는 슬픔의 끄트머리를 더듬는다. 그 의미를, 차마 알지도 못하면서.
1925.5.27
런던에서 출발하여 홍콩에 도착하기까지 사십여 일이 걸렸다. 그간 쟌의 서와 아프리카의 음험한 종파들 같은 위험한 책을 파먹거나 오른손 쓰기를 연습하면서 바다 위를 떠다녔다.
배에서 내려 낯선 땅에 발을 디딘 순간 나는 가벼운 어지러움을 느꼈다. 잘못 흘러들어온 떠돌이 개처럼 비틀거리다가 괜스레 바다내음을 탓하며 걸음걸이를 재정돈한다. 눈에 들어오는 문명의 모든 표지가 생소하지만 적어도 길은 길의 모양을 하고 있다. 길이 있으면 아이들은 거리를 내달리고 지나쳐가는 선원은 내뱉는 숨마다 미지근한 군내를 풍긴다. 훌쩍 다가온 여름의 도입에 날은 후덥지근했다. 나는 코트를 벗어 항만 입구에서 구걸하던 노숙인에게 건네고는 지체 없이 상하이행 열차에 올랐다. 이후 램지에게 전보를 받은 대로 역에서 기다리던 두 사람과 합류했다.
이들은 상하이 현지에서 함께 움직일 사람들이다. 메이벨 장은 중국계 혼혈 미국인으로, 무역상 일을 한다. 제이덕과 노라의 동향 친구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차 상하이에서 살고 있다. 그는 질문이 많은 얼굴이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거리를 둔다. 멜리사 프리스비는 뉴욕의 경찰이었는데, 잭슨 엘리어스와 얽혀 일을 도와준 계기로 잘리게 되었다. 이후 해결사 겸 탐정으로 일하면서 램지의 부탁으로 관련된 조사를 몇 가지 맡은 전적이 있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공공 조계지 내에 숙소를 잡았다.
1925.5.28
우리는 아침 일찍 카페에 자리를 잡고 가진 정보를 공유했다. 메이벨이 미리 경고하기를, 지금 상하이의 분위기는 범죄 조직 간의 자리싸움과 국제적인 압박으로 인해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외국인이 돌아다니며 탐문 하기 좋은 시기는 아니다.
프리스비는 일주일 먼저 도착해서 지리를 익히고 상하이에서의 잭슨 엘리어스의 행적을 조사했다. 잭슨이 죽기 4개월 전, 그러니까 24년 9월에 상하이에 도착해 10월 4일에 카이로로 떠난 기록이 있었다. 도착 날짜인 9월은 분류 실수로 정확한 날짜가 표기되어 있지 않고, 9월 말이라고만 언급되었다. 그는 검은 신 길에 있는 진장 여관에 묵으며 매일 같이 나돌아다니다가 급하게 짐을 싸서 떠났다고 한다. 익숙한 잭슨 엘리어스 레퍼토리.
나는 앞서 이뤄진 조사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간략하게 정리해 알려주었다. 가장 주된 목표는 위험한 사교도 집단의 추적이며, 거기에 연관된 다양한 나라-이번엔 중국, 상하이-와 칼라일 탐사대에 대한 조사라는 것.
메이벨은 펜휴 제단 지하에서 발견한 소포에 적힌 이름, ‘호팡 대인’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수출입상사를 하는 유명한 기업인으로, 카오양가에 큰 창고를 두고 있다. 유명한 사업가. 마치 개비건처럼. 세 번째에 부딪히니 그들이 무엇을 선호하는지 보인다. 잘 굴러가는 위장업체. 다른 나라로부터 물건을 주고받기 쉬우면서 의심은 적게 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공공도서관에 들러 이틀간 6년 어치 상하이 쿠리어 신문을 전부 뒤졌다. 눈여겨볼 만한 기사들:
어제 자의 광고. '별들이 자리를 찾았습니다!'
이틀 전 초롱거리의 폭력사태.
4주 전 친링로의 화재 사건.
6주 전 선원 클럽 붕괴 사건.
신문을 훑어보면서 팔이 잘린 피해자에 관한 기사가 종종 눈에 띄었다. 최근 한 달 안에서만 2건. 광인이나 종교집단의 소행이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 측은 극구 부인. 어쩐지 익숙한데. 또, 몇 년 사이에 집에 강도가 들어서 피해자를 때려죽인 일이 여러 건. 피해자들 사이에 어떠한 공통점도 없고 경찰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건도 유의해둔다.
1925.5.31
가장 최근에 난 광고부터 훑어보기로 하고, 점술가 룽선생을 찾아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허탕이었다. 룽선생은 그날 ‘마귀’가 찾아온다는 점괘를 받아 집을 온통 붉은색으로 칠해놓는 등 철통 방비를 한 상태였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우리를 마귀라고 오해한 나머지 거울로 가득 찬 방에 가두고 말았다. 원리는 통 알 수 없지만, 불쾌한 방이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조이던 그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여간 유감스럽게도- 진짜 마귀는 처음부터 계속 주변을 맴돌던 길고양이였다. 그 고양이는 성큼 집에 들어서더니 끔찍한 형상으로 부풀어 달려들었다. 우리는 고양이 마귀를 거울 방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마귀는 방 안에 갇혀서 찌그러지는 비명을 지르다가 곧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오해가 풀리고 룽선생은 사과의 의미로 몇 마디 점괘를 남겨주었다.
재미 삼아 받아적어 두자면, 첫째는 바다 너머에 잡아둔 약속을 너무 늦지 않게 지키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었다. 문득 제이덕 생각이 났다. 호주의 콜즈 교수를 찾아가기로 했었는데. 둘째, 아침에 상하이 항구에서 해를 바라보면 해가 무언가 알려줄 것이며, 셋째, 낫을 피하면 좋은 운세다.
룽 선생은 죽음 숭배 교단에 대해서는 달리 들어본 바가 없다고 한다. 이 날 건진 게 하나 있다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더라면 꽤 긴 설명이 필요했을 끔찍한 비정형의 존재를 두 사람이 미리 체험했다는 점이다. 이제 더한 얘기를 해도 최소한 나를 미친 사람 보듯 하지는 않겠지.
그날 밤에는 숙소로 돌아온 다음에는 가벼운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의 먼저 간 오랜 친구들에게 건배.
1925.6.1
구시가지, 자운사.
4주 전의 화재여서 불탄 현장은 정리가 거의 끝나 재공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변의 승려를 붙잡고 당일 사건에 관해 물었다. 그들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잭 브레이디의 사진을 보여준 결과 기사에 적힌 외국인이 바로 그라는 증언을 얻을 수 있었다. 잭 브레이디는 그 사고가 있던 당일 죽은 스님들에게 찾아와 이것저것 질문했다.
목격자 류천다이 또한 근처에 살고 있었기에 직접 찾아갔다. 그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불이 옮겨붙는 모습을 잘못 본 것이라며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그러나 그 일자는 분명 바람이 없고 습해 불씨가 옮겨지기 힘든 날씨였음을 언급하자 재차 진술했다: 불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휙 날아서 승려들을 뒤쫓다가 다른 건물에까지 옮아갔다. 승려 셋도 결국 화마에 삼켜졌다. 류천다이도 겁을 먹고 도망쳐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경찰서.
초롱 거리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총 형사를 만났다. 메이벨 장은 상하이 경찰을 다루는 데에 능숙했는데, 그 방식은 나도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우리는 그의 뒷주머니에 돈을 찔러주고 협조를 얻어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시체가 몹시 훼손된 상태여서 신원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나와 프리스비가 함께 시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사지는 갈기갈기 찢겼는데 척 봐도 사람이 한 짓이 아니었다. 아마도 짐승, 그러나 짐작 가는 동물은 전혀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남겨두었다.
기사의 박쥐 형상에 대해 언급한 목격자는 홍희라는 기생이다. 그는 기루 근처의 의원에 입원했는데, 충격을 많이 받아 대화를 나눌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우리는 수사 방향을 바꿔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살펴보기로 했다.
가게에서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던 건지 현장은 피가 낭자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바닥이나 벽은 산화된 검은 핏빛으로 얼룩졌고 발톱 자국투성이였다. 미스르 하우스의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 순간 뇌를 움켜쥐고 지나갔다. 그만치 거대한 발톱이었다. 방에는 눈에 띄는 침입의 흔적이 없었기에, 범인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들어보니 그곳은 원래는 홍희가 아닌 다른 기생이 쓰던 방인데, 그 기생이 가게 주인에게 밉보여서 쫓겨난 뒤 홍희가 빈 곳을 채웠다. 원래 방을 쓰던 기생 췌이메이링은 어떤 미국인을 자주 들이는 바람에 밉보여 다른 기루로 팔려 갔다. 미국인이라는 말에 혹시나 하고 보여준 잭 브레이디의 사진에 주인은 닮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췌이메이링이 팔려 갔다는 140번지로 찾아갔으나, 그가 미국인과 도망갔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또 잭 브레이디다.
이 일련의 사건들에 잭 브레이디는 대체 어떤 식으로 연관된 것일까? 의문이 깊어간다. 그가 상하이에서 남긴 족적은 피투성이다. 혹은 불바다거나. 개비건이 하얀뱀에게 쓰던 편지에 따르면 사교도들은 잭 브레이디를 제거하려 애쓰고 있었다. 혹시 그런 이유로 홍희의 방이 습격당하고 그가 찾아간 승려들이 불타버린 것일까?
이쯤 주변을 뒤지고 다니자 어느새 감시가 붙었다. 저절로 곤두서는 신경을 내리누르는 데에 품이 많이 든다.
선원 클럽 붕괴 현장.
현장은 현재진행형으로 정리되고 있으며, 건물은 아직 무너진 그대로다. 시간 때문인지 작업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잔해를 오래 살펴본 결과 내린 결론은, 기사와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분명 누수가 아니라 다른 붕괴 원인이 있다. 건물이 먼저 무너진 게 아니라 땅에 영향이 있어서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무언가 땅 밑에서 빠져나오기라도 한 것일까.
1925.6.2
꼭 점괘가 신경 쓰여서는 아니고, 산책을 겸해서 아침 일찍 항구로 향했다. 항구는 이른 시간에도 붐볐다. 배는 사람이며 물건을 바쁘게 싣고 내린다. 어지럽게 오가는 배들 사이로 저 멀리 눈부신 물비늘을 해치고 떠나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왔다. 잠이 덜 깬 나는 익숙한 모습에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잠깐 햇살 탓을 했으나, 곧 번개처럼 깨달음이 내리꽂혔다. 분명 본 적이 있었다. 전에 엘리어스가 가지고 있던 사진에 등장하는 배였다. 사진상에서는 다른 배에 가려져 있던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DARK MISTRESS’.
의미심장한 이름이다. 펜휴 제단에서 호팡 대인에게 보냈던 조각상이 어두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을 참작하면. 메이벨에게 부탁해서 따로 알아보니 그 배는 영국인 알프레드 펜허스트에게 등록된 개인 선박이었다. 분명 사교 집단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잭슨 엘리어스에게 왜 이 사진을 찍었느냐고 직접 물어볼 수만 있다면 일이 훨씬 쉬워질 텐데.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오후에는 비틀거리는 호랑이 주점-잭슨 엘리어스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성냥갑 참조-에 들러보기로 했다. 가게를 열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 김에 신문을 뒤지다 6개월 전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찾았다. 회룡도 모래톱 부근에서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저인망 어선이 가라앉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비틀거리는 호랑이 주점.
돌에 걸려 넘어지는 주정뱅이 호랑이 그림이 붙은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주점은 홀 하나에 자그마한 화장실이 딸린 아담한 크기다. 주인은 드물게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아일랜드 혼혈로, 이름은 퍼거스 맥첨.
프리스비가 맥첨에게 잭슨 엘리어스에 관해 물었지만, 그는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혹시나 주변의 시선 때문일까 싶어 살펴보니 손님 행세 중인 남자 하나가 우리를 곁눈질하는 게 느껴졌다. 프리스비는 감시를 확인하자마자 자기가 처리하겠다며 호쾌하게 나섰다. 나는 한 발짝 늦게 일어나 프리스비를 쫓았다.
내가 두 사람을 근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견했을 때 프리스비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어 제법 거친 면모를 보여줬는데, 곧장 눈빛이 변해서는 주머니칼을 남자의 손목에 꽂아버렸다.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블랙잭을 놓치고 도망쳤다. 프리스비가 그 뒤를 쫓아가려는 걸 내가 붙잡았다. 그리고는 급한 대로 상처를 지혈했다.
우리가 밖에서 실랑이하는 동안, 메이벨은 맥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잭슨 엘리어스가 이 술집에 자주 왔던 건 사실이었다. 맥첨은 또한 잭 브레이디와도 알고 지냈는데, 그가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한다. 브레이디를 못 본 지는 오래되었고 듣기로는 상하이를 떠나기로 했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는 아니었지만, 찰리 그레이라는 인물과 거래하러 미얀마의 랑군으로 간다는 말을 한 적은 있었다.
거기서 끝낼 얘기는 아니었다. 맥첨은 명백하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잭슨 엘리어스를 살해한 혐의가 있는 종교집단에 관해서까지 넌지시 얘기를 꺼내자, 그는 차분히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고는 술집에서 사교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어지게 내버려 두는 대신 우리를 내일의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무슨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는 내일의 해가 뜬 뒤에나 알게 되겠으나, 부디 쓸만한 단서를 얻었으면 한다. 이 직후에 매우 속 쓰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비틀거리는 호랑이 주점에서 돌아왔을 때 숙소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 우리가 묵는 숙소에 침입해서 메이벨, 프리스비, 내 것까지 세 방을 전부 뒤진 것이다. 좀도둑이 아닌, 분명한 의도를 가진 자의 소행이었다. 그 많은 물건을 뒤져서 다른 것은 내버려 둔 채 내 가방만 가져갔으니까. 거기 전부 들어있었다. 전부.
여행은 분실의 과정이다. 그러니까……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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